정음회의 첫 번째 음반은 ‘정음-현악영산회상’이다. 현악영산회상은 선비들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위하여 풍류방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음악으로, 오늘날의 정악을 대표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현악영산회상은 선비들이 향유하던 정중동(靜中動)의 미(美)가 강조되고, 유교와 불교 사상이 공존하며,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으로 인간 본연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주는 음악이다. 또한 상영산부터 군악까지 9곡을 이어서 연주하는 동안 장단이 수 차례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기경결해(起景結解), 즉 밀고 달고 맺고 푸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어, 국악이 갖는 대표적인 음악적 특징을 음악 전체를 통해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악영산회상은 정악을 지향하는 정음회가 가장 먼저 음반으로 작업하기에 적합한 음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번 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자들이 거의 쉬지 않고 이어서 연주한 결과물이다. 정악은 삼삼오오 모여 끊임없이 이어 연주하던 음악이기에, 음반에서도 그러한 성질을 그대로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즉, 현악영산회상이 본래 함유하는 현장성과 연속성을 음반에 최대한 담아내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1시간이 넘도록 완급(緩急)을 되풀이하며 지속되는 연주를 온전히 감상하다 보면 청취자들은 마치 조선시대 풍류방의 귀객(貴客)이 된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악영산회상
1. 상영산
2. 중영산
3. 세영산
4. 가락덜이
5. 상현도드리
6. 하현도드리
7. 염불도드리
8. 타령
9. 군악
현악영산회상은 조선후기 풍류방(風流房)에서 율객(律客)들에 의해 창작되고 향유되었던 대표적인 정악이다. 본래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菩薩)’이라는 가사를 가진 불교 성악곡이었으나 17세기 후반 『신증금보』 이후 기악화되었고, 상영산 한 곡이었던 음악이 18세기 『한금신보』와 『어은보』를 거치면서 파생(派生)곡이 등장하였으며, 이후 『유예지』, 『현금오음통론』, 『학포금보』 등을 거치면서 9곡으로 완성되어 현행에 이른다. 세 종류의 영산회상, 즉 ‘현악영산회상’, ‘평조회상’, ‘관악영산회상’ 중 원형에 해당하는데,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이기에 ‘거문고회상’이라고도 부르며, ‘중광지곡(重光之曲)’이라는 아명(雅名)을 가지고 있다.
현악영산회상은 ‘기경결해(起景結解)’의 미(美)가 돋보인다 평가된다. ’상영산‘, ’중영산‘, ’세영산‘, ’가락덜이‘,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의 9곡 구성인 현악영산회상은 상영산부터 차례대로 곡을 연주하는 동안 장단이 수 차례 변화하며 점점 빨라지는데, 염불도드리에서 빠르기의 정점(頂點)을 이루다가 타령부터 거뜬하게 풀어내어 군악으로 종결하는 구조이다. 풍류방의 율객들은 현악영산회상 9곡의 연주로 음악을 그치지 않고 흔히 ‘천년만세’를 이어서 연주하였는데, ’상영산‘부터 ’군악‘까지만 연주할 경우 ’민회상‘, ’천년만세‘를 이어서 연주할 경우 ’가즌회상‘이라고도 한다.
악기편성은 거문고, 가야금 등 현악기를 중심으로 대금, 세피리, 해금, 장구가 단수(單數)로 편성되며, 풍류방의 산물(産物)이라 할 수 있는 양금과 단소가 추가된다. ‘정음-현악영산회상’ 음반에는 조선후기 풍류방에서 율객들이 즐겨 연주하였던 생황을 더하여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자 하였다.